절(折則行): 꺾여야 나아간다

수월 권상호

꼿꼿하기만 한 것은 부러질 뿐

길을 만들지 못한다

물길이 돌을 만나 굽이치며 노래하고

바람이 산맥을 만나 몸을 비틀며 춤추듯

사람의 팔다리는 물론 등뼈의 마디마디까지

관절이 꺾여야 비로소 생은 움직인다

그 꺾임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가장 정직한 고백

붓끝이 종이를 누르다 멈칫,

방향을 트는 순간

그 찰나의 '절(折)'에서 비로소 폭포 같은 힘이 고인다

직선으로만 달리는 것은 추락이지만

꺾여서 돌아가는 것은 생(生)의 눈부신 도약이다

내 삶의 고비마다 뼈아프게 꺾였던 그 마디들이

사실은 나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온

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필체였음을